나도 블랙홀을 찾아볼까

가두연 기자 승인 2019.05.23 15:33 | 최종 수정 2019.06.20 18:37 의견 0

봄은 은하의 계절입니다.

처녀자리 은하단 Virgo cluster (image credit www.messier-objects.com)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은하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봄철에 몰려 있습니다. 사계절의 밤하늘 중 유일하게 은하수(우리은하의 모습을 우리가 관측하는 모습)가 보이지 않는 계절인
봄은 우리 은하 밖의 외부은하를 볼 수 있는 유리창이 됩니다.
‘처녀자리은하단’, ‘머리털자리은하단’ 같은 대규모 은하단이 봄철에 위치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시민천문대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에게 봄철 밤하늘은 가장 힘든 계절이기도 합니다. 밝고 화려한 산개성단이 분포되어있는 겨울철 밤하늘, 안드로메다은하를 볼 수 있는 가을철 밤하늘, 헤라클레스자리 구상성단과 은하수안의 대상들을 볼 수 있는 여름철 밤하늘과 달리봄철 밤하늘은 달이나 행성이 떠있지 않은 이상 천문대를 방문하는 시민분들에게 보여드릴 대상이 마땅치 않습니다.

은하를 관측해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은하는 결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작고 희끄무리한 그 무엇’ 이것이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한 은하의 정체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 - 맨눈으로는 절대 이렇게 보이지 않습니다.(image credit KASI)

여러분은 ‘안드로메다 대성운’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한때 ‘안드로메다 대성운’이라고 불렸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책이나 사이트는 많습니다. 심지어 네이버 지식백과까지도...ㅠ.ㅠ 바꿔줘요 네이버~ ) 성운(Nebula)은 우주공간의 먼지와 가스가 뭉쳐진 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자리 대성운’이 있습니다. 은하와는 분명히 다른 대상입니다. 

1900년대 초 천문학자들은 안드로메다 은하를 성운으로 알았습니다. 실제로 관측해 보신다면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별들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고 별빛이 뭉개져 뿌연 덩어리로 관측이 됩니다.
여러분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시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화려한 모습은 “사진”입니다. 오랜 노출(찰~칵 하는 사이의 시간)의 사진촬영을 통해 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체사진촬영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순간의 빛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안드로메다 대성운이 성운이 아닌 우리 은하 외부의 다른 은하라는 것을 밝혀낸 사람은 유명한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1.20 ~ 1953.9.28)”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허블은 우리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허블상수를 측정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에드윈 허블(좌)와 허블우주망원경(우) (image credit NASA)

은하를 처음으로 관측한 사람은 은하의 모습에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은하관측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겨울철의 밝고 화려한 산개성단을 관측하다 질릴때 쯤 떠오르는 봄철의 희미한 은하들은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대상을 찾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눈앞에 다가온 M87은하의 블랙홀

그 은하들 중 최근 유명해진 은하가 있습니다.
블랙홀이 관측된 것으로 유명한 M87은하(Messier 87, NGC4486)입니다. M은 Messier의 약자로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 1730.6.26~1817.4.12)가 찾아낸 대상들로 총 110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흔히 “메시에 목록”이라고 불리며 18세기에 출간되어 아마추어천문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찾기에 좋은 대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M87 역시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하며 그 안의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은 관측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M87을 찾기 전에 M87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M87은 처녀자리은하단에서 가장 밝은 은하입니다. 은하답게 거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약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 보는 M87은하의 빛은 약 5,500만년 전에 출발한 별빛을 관측하는 것입니다. 이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별빛 하나하나를 눈으로 관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은하의 밝기, 즉 겉보기등급은 9.59 등급입니다. 겉보기등급은 우리 눈으로 보았을 때 별의 밝기를 나타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을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나눈 것을 기원으로 합니다. 후에 정밀하게 계산을 해보니 1등급과 6등급의 밝기의 차이는 100배였습니다. 즉 6등급별은 1등급별보다 100배 더 어두운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계산해보면 1등급의 차이는 약 2.512배가 됩니다.

M87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 중 가장 어두운 6등급별보다 3등급 이상 어둡습니다. 즉,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은 절대 아니고 반드시 천체망원경을 사용해야 합니다. 심지어 모든 천체망원경으로 다 관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9등급 이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렌즈(혹은 거울)의 구경이 큰 천체망원경을 사용해야합니다.

천체망원경에는 한계등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마만큼 어두운 것을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보통 망원경이 클수록 더 어두운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천체망원경에 대해서 설명할 때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M87이 10등급이라고 놓고 계산하면 렌즈 구경 45mm 정도의 천체망원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은하 같은 천체들은 별과 같이 한점에서 나오는 강한 빛이 아닌 흐리게 퍼져 있는 면적이 있는 빛다발입니다. 따라서 별 10등급에 비해 은하 10등급은 훨씬 더 어둡습니다.

예를 들어 100이라는 밝기를 갖고 있는 별과 은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별은 100이라는 밝기가 한 점에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은하는 100이라는 밝기가 면적에 따라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일 면적당 밝기는 어두워집니다.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커집니다. 밑의 그림을 확인하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빛이 하나로 모여서 밝게 빛나는 별과 빛이 퍼져 있는 성운의 모습 예시(이미지컷)

같은 등급인데 어떤 대상은 보이고 어떤 대상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천체는 면적이 넓을수록 같은 등급에서 어둡습니다.

이는 천체망원경의 배율을 결정할 때에도 영향을 줍니다. 천체망원경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천체망원경의 배율이 높을수록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율을 높이게 되면 대상의 면적이 더 넓어지게 됩니다. 대상의 빛은 일정합니다.(천체망원경이 받는 빛의 양은 대물렌즈의 구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일정한 광량을 갖고 있는 천체를, 배율을 높여서 면적을 넓히게 되면 단위면적의 밝기가 어두워집니다. 결국 어느 배율 이상에서는 너무 어두워 관측할 수 없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M87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대물렌즈 구경 100mm 이상의 천체망원경이 필요합니다. 은하핵 등 좀 더 자세한 관측을 원하시면 구경 200mm 이상의 천체망원경을 추천드립니다.

장소와 시간 역시 중요합니다. 은하 자체가 워낙 어두운 대상이다 보니 도심의 불빛에서 벗어난 어두운 곳을 선택해야 합니다. 달이 뜨는 날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달빛으로 인해 밤하늘이 어두운 천체보다 밝아져서 아예 볼수가 없게 됩니다.
(사실 천체관측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날씨 맑고 달이 안뜨는날, 어두운 곳을 찾아 떠나야합니다.)

요즘의 천체망원경은 자동으로 대상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작동법을 숙지하시고 세팅만 정확하게 되어 있다면 천체망원경이 자동으로 찾아 준 M87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천체망원경이 자동으로 대상을 찾아주는 기능이 없다면 ‘성도(星圖, 별과 별자리의 위치를 표현한 그림, 흔히 ’별자리지도‘ 라고 합니다.)’를 이용하여 대상을 찾아가는 “호핑(Hopping)”이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호핑법은 천체망원경의 별을 찾는 부속장비인 “파인더(finder)”를 이용합니다. 대부분의 천체망원경에는 파인더가 달려 있습니다. 파인더는 십자선 등을 통해서 위치를 잡을 수 있는 데, 십자선 중앙에 대상을 위치시키면 천체망원경으로 대상이 보이게 됩니다.
(자세한 호핑법과 파인더 사용법은 천체망원경을 설명할 때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성도를 보고 M87의 위치를 찾아보겠습니다.

위 성도를 보시면 M87은 처녀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본다면 처녀자리의 엡실론(ε Vir)별과 사자자리의 꼬리별인 데네볼라(Denebola)의 한가운데쯤 위치합니다. 다음에 배울 호핑법을 이용하여 이 위치에 파인더의 십자선을 위치시키면 여러분의 천체망원경에 M87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연습과 실전이 필요합니다.)

성도를 다시 보시면 M87 주변에 M60, M89, M84, M91 등 다른 은하들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유명한 “처녀자리은하단”입니다. 처녀자리은하단은 약 1,300여개의 은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근을 천체망원경으로 쓸 듯이 관측하면(스위핑(Sweeping)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은하들이 자신의 시야를 지나가는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은하들이 모여있다보니 자신이 찾은 대상이 M87이 맞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래의 스케치를 참고하셔서 자신이 찾은 대상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NGC는 메시에목록에 빠져있는 대상들로 ‘New General Catalogue’ 대상은 7800개가 넘습니다.

M87을 사진으로 살펴보면 중심부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제트가 인상적입니다. 이 제트는 “초거대블랙홀”이 M87 중심에 존재한다는 근거이기도 하였으며, 최근 M87 중심에서 초거대블랙홀이 관측되며 그 이유가 확인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제트의 밝기는 15등급으로 소형 천체망원경으로는 관측이 어렵습니다. 

M87, 오른쪽은 제트의 확대사진 (image credit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M87은 처녀자리은하단에서 가장 밝은 은하로 봄철 밤하늘의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최근에는 초거대블랙홀이 관측되며 이슈화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관측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대상이기에 천체망원경의 사용법이나 대상을 찾는 방법을 설명하기도 전에 급하게 관측법을 소개드린 것 같습니다.

천체망원경이 없는 분들은 어두운 곳에 위치한 시민천문대를 방문하여 M87을 관측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포스트를 꾸준히 보신다면 내년에는 직접 찾은 M87, 그리고 그 안에 품어져 있는 블랙홀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는 6월의 밤하늘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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