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관측대상은 목성, 바로 너로 정했다!
이번 관측대상은 목성, 바로 너로 정했다!
  • 가두연
  • 승인 2019.06.05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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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은 저에게 추억의 대상입니다. 학생시절 학교 운동장에 구경 60mm의 작은 굴절망원경으로 처음 관측한 대상이 목성이었습니다.
그 당시 목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주변의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다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기억에 대한 미화때문인지 더 큰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지금도 그 때의 목성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행성관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근대 이후 천체망원경으로 발견된 천왕성과 해왕성,
태양을 너무 가깝게 공전하고 있는 수성을 제외하면 오히려 별보다 훨씬 쉽습니다.

제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이유는 행성들은 맨 눈으로 보일 정도로 상당히 밝기 때문입니다.
오늘밤 밤하늘을 볼 기회가 있으시면, 저녁 10시정도에 남동쪽 하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불빛이 빼곡해 별들이 보이지 않는 도심 한가운데 있어도 됩니다.
남동쪽 하늘에 다른 별들보다 훨씬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찾으실 겁니다.
여러분은 목성을 찾으셨습니다.

별의 밝기는 등급으로 나타냅니다.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은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은 6등급으로 나타냅니다.
이것을 “겉보기등급”이라고 하며 1등급과 6등급의 밝기 차이는 100배입니다.
근대 이후에는 이러한 등급을 더욱 세분화하였습니다.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Sirius, 큰개자리 α별)의 등급은 –1.47등급입니다.
하지만 오늘밤 목성의 겉보기등급은 –2.62등급으로 시리우스보다 2배 이상 밝습니다.

사실 천왕성과 해왕성을 제외한 행성들은 웬만한 별들보다 밝습니다. 6월 현재를 기준으로 수성은 0등급, 화성은 1.8등급, 토성은 0.2등급이고 가장 밝은 금성은 –3.9등급입니다. 2019년 6월의 밤하늘 기사의 이달의 행성 코너를 보시면 자세한 행성들의 밝기와 위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옛사람들에게 행성은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위치와 움직임이 일정한 다른 별들과 달리 이 다섯 존재(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는 움직임 불규칙하게 변하는 듯 보였습니다.
Planet의 어원은 라틴어로 “방랑자”를 뜻하는 plănus에서 왔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움직이는 별이라는 뜻의 行星(행성)”이라고 불렀으며, 일본에서는 “惑星(혹성, 갈팡질팡하는 별)”이라고 불렀습니다. 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혹성은 행성과 같은 뜻입니다.
    
밤하늘을 보면 실제로 별들의 위치가 일정하게 변합니다.
우선 하룻밤동안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지구가 자전(自轉)하며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와 별도로 매일 같은 시간 밤하늘을 관측하면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조금씩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별들이 같은 시간 조금씩 움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公轉)하며 보이는 현상으로 하루에 약 1°씩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1년 뒤 같은 시간에는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일정하게 움직이는 다른 별들과 달리 행성들은 그 움직임이 제각각입니다.
수성과 금성은 태양 근처에서만 움직이며 해질녁 서쪽하늘에서 보일 때도 있고, 동틀녘 동쪽하늘에서 보일 때도 있습니다.
화성과 목성, 토성은 매일 서쪽으로 움직이는 별들 사이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며, 때로는 더 빠르게 서쪽으로 움직일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이한 움직임은 옛사람들에게 다양한 철학적 사고와 상상력을 부여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점성술로 시작된 것은 이러한 신비로운 행성들의 움직임 때문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 다섯 행성에 신들의 이름을 부여했고, 동양에서는 태양, 달과 함께 칠정(七政)이라고 부르며 칠정을 이용해 하늘의 때와 운행을 이해해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황제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사기에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업적으로 “칠정을 바르게 하였다.”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행성의 이러한 움직임의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성들의 공전은 지구에서 보았을 때 다양한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전에 몇가지 알고 계셔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모든 행성은 같은 방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합니다.
지구의 북쪽방향에서 태양계를 내려다본다면 모든 행성은 반시계방향(동쪽방향)으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성들의 공전궤도는 신기하게도 거의 같은 평면상에 존재합니다.

행성의 공전궤도면(NASA)

이로 인해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과 금성(내행성)은 태양의 동쪽과 서쪽을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양의 동쪽에 위치할 경우에는 해질녁 서쪽하늘에서 보이게 되고, 태양의 서쪽에 위치할 경우 동틀녘에 태양보다 먼저 떠올라 동쪽하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태양 근처에 위치할 경우에는 관측할 수 없습니다.
    
화성과 목성, 토성(외행성)의 경우에는 그 움직임이 좀 더 복잡하게 보입니다. 외행성들은 자신의 궤도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지구와의 공전속도의 차이로 인해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입니다.(외행성의 역행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움직임은 천동설(天動說, 지구 주위를 태양과 행성, 별들이 돌고 있다는 학설)에서는 골치아픈 점이었습니다.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이심원과 주전원(周轉圓)이라는 복잡한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동양에서는 외행성의 역행을 “운행을 벗어났다.”라고 표현하며 나라에 큰 일이 닥칠 징조로 여겼습니다.

성리학의 주자(朱子, 1130년 ~ 1200년)는 태양과 달, 행성과 별이 모두 서행(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임)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행성과 달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별이 움직이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자의 생각은 후에 유학자들이 지동설(행성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공전함)을 받아들이는 데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천동설의 행성운동

행성들의 공전은 행성의 밝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시켜 빛을 냅니다. 행성이 다른 별들에 비해 밝게 보이는 이유는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행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평상시보다 밝아집니다. (내행성은 가장 가까울 때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수성에 대해 설명할 때 소개하겠습니다.)
   
보름달과 같이 태양과 지구, 외행성이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되면 외행성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고 밝기도 가장 밝습니다. 이 때를 충(衝,Opposition)이라 하고 외행성을 관측하기 가장 좋을 때입니다.

충(衝, opposition) :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태양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현상
합(合, conjunction) :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태양방향에 위치하는 현상, 외행성은 한번 공전하는데 1번의 합이 발생하고, 내행성은 한번 공전에 내합(지구쪽 태양방향), 외합(지구 반대쪽 태양방향) 2번 발생한다.
구(矩, quadrature) : 지구에서 보았을 때 외행성이 태양과 직각방향에 위치하는 현상, 외행성이 합에서 충이 되는 사이에 일어나는 구를 동방구, 충에서 합이 되는 사이에 일어나는 구를 서방구라 한다.
유(留) : 외행성이 순행과 역행 사이에 마치 움직임이 멈춘것처럼 보이는 현상

  오는 6월 11일은 목성과 지구, 태양이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충이 됩니다. 목성을 관측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찾는 방법은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남쪽(자정 이전에는 남동쪽)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을 찾으시면 됩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행성은 별이 아닙니다. 행성에 대한 정의는 다시한번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목성 충일때의 거리 (출처 KASI)

자세한 위치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성도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천체망원경이 있으신 분들은 목성의 줄무니와 위성들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목성은 워낙 밝기 때문에 굳이 어두운 곳을 찾아 도심 밖으로 나가실 필요도 없고, 큰 천체망원경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집 앞에서 작은 천체망원경을 펼치고 쉽게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맨 눈으로도 밝게 보이니 파인더를 이용해 대상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배율을 50배 이상 올리면 목성의 표면을 이루는 대기층의 줄무늬와 별처럼 보이는 4개의 위성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목성의 위성은 50배 이하의 저배율에서도 잘 관측됩니다.) 목성의 위성은 60여개 이상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130여개 이상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은 갈릴레이의 위성이라고 불리는 저 4개뿐입니다.
400년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으로 최초로 발견한 이 위성들은 각각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라는 그리스신화의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목성보다는 독특한 고리를 갖고 있는 토성을 더 좋아하실 겁니다.
실제로 시민천문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상은 목성보다는 토성입니다.
하지만 저는 토성도 좋지만 목성의 아기자기한 줄무늬를 더 좋아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목성의 새로운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토성은 목성에 뒤따라 떠오릅니다. 목성을 관측하신 뒤 토성을 관측해보시고 두 천체의 매력을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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