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를 만든 태양의 움직임
24절기를 만든 태양의 움직임
  • 가두연 기자
  • 승인 2019.08.1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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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달력은 음력?
흔히 우리는 서양은 양력을 사용하고, 동양은 음력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조금 틀린 점이 있습니다. 동양은 음력을 기본으로 하였지만, 양력도 같이 사용하였습니다. 동양에서의 양력 사용은 아직까지 ‘24절기’라는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태)양력 –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작성된 달력, 역법
(태)음력 – 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작성된 달력, 역법”

  우리가 보는 태양은 계절마다 고도가 변합니다. 여름철에는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겨울철에는 낮게 뜹니다. 이러한 태양의 고도 변화가 계절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태양의 고도가 변화하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축과 비교해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고도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유리창에 태양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실험방법은 간단합니다.
정오경 남쪽 하늘이 보이는 유리창 앞에 서서 발 밑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해 둡니다. 그 상태로 유리창 넘어 보이는 태양의 위치를 유리창에 표시합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시간에 표시된 곳에 서서 태양의 위치를 표시합니다.(매일이 힘들다면 5일, 10일 등 간격을 정해 측정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1년간 표시를 하면 8자 형태로 태양의 고도가 변화함을 알 수 있습니다. 1자 형태가 아닌 8자 형태로 변하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긴 8자모양을 아날렘마 Analemma 라고 합니다.

이 실험의 중요한 팁.!!
1. 여러분이 매일 똑같은 위치에서 측정해야 하며, (그래서 앞서 바닥에 발 표시를 해두시라고...)
2. 비교적 같은 시간에 측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더욱 중요한 부분은 여러분의 키가 1년동안 더 이상 자라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키가 자라면 관측높이가 달라져 측정에 오차가 발생해요~
이렇게 태양의 고도가 변하면서 계절이 변하기 때문에 태양력은 계절의 변화를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흔히 3월부터 5월까지는 봄, 6월부터 8월까지는 여름, 9월부터 11월은 가을, 12월에서 2월까지는 겨울 등으로 계절을 쉽게 나누는데 이를 나누는 기준은 태양의 고도이며, 이것이 바로 태양력 입니다.

‘24절기’는 이러한 태양의 고도를 이용하여 결정되었습니다. 즉, 24절기는 태양력입니다.
음력은 날짜를 알기 쉽습니다. 달의 운행, 즉 달의 위상변화를 기준으로 날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달을 보면 그 날의 날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전에도 설명드렸듯이 음력 1일은 달이 안 뜨는 삭(朔)입니다. 15일은 망(望:보름)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농경이 주인 국가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음력만 사용한다면 계절을 알 수가 없고, 양력과 3년에 1달정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 접목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동양에서는 양력을 이용한 24절기를 사용하였습니다.

24절기의 기준이 되는 절기는 ‘동지(冬至)’입니다. 동지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은 날입니다.
이 동지를 결정하는 것이 당시 관상감(觀象監, 조선시대 천문을 담당한 관청) 역관(曆官)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태양의 고도를 측정하는 데에는 규표(圭表)를 이용하였습니다. 규표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태양의 고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동지를 포함한 24절기를 결정하였습니다.
동지를 기준으로 황도를 따라 15°씩 구분하고 그에 해당하는 날을 절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이러한 일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매년 역서를 발행하여 천문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2019년 역서에서 발표된 24절기입니다.

동양의 역법에서는 동지가 음력 동짓달(음력 11월)에 포함되도록 윤달을 이용해 조정하였습니다. 달력을 통해 확인해보시면 동지는 꼭 음력 11월에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동양에서는 음력으로 알기 힘든 계절의 변화를 24절기를 통해 나타내었습니다.

24절기와 황도12궁
태양력은 태양의 고도 변화가 기준이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할 수 있었지만 달력이 없다면 날자를 직관적으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쉽게 알기 위해 서양에서는 별자리를 이용하였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황도12궁’ 그것입니다.

황도12궁이란 “태양이 지나가는 길에 위치하는 12개의 별자리”를 뜻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일별자리는 황도12궁이 고대 서양 점성술에서 사용되던 흔적입니다.

[황도에 있는 12개의 별자리 (image 우민경)]
[황도에 있는 12개의 별자리 (image 우민경)]

황도12궁은 춘분점부터 적도를 따라 30°씩 12개의 구역으로 나눈 것입니다. 이 구역안의 황도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별자리를 하나씩 대입시켰습니다. 그리고 각 구역에 태양이 위치하는 날를 표시하였습니다. 다음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행한 2019년 역서에 나오는 각 구역에 태양이 위치하는 날입니다.

*적경은 흔히 시분초(hms)로 나타냅니다. 시(h)는 원(360°)을 24로 나눈 단위입니다. 1h을 도단위로 표시하면 15°가 됩니다. 여기서 태양이 위치하는 날은 지구의 세차운동에 의해 고대에 비해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적경은 흔히 시분초(hms)로 나타냅니다. 시(h)는 원(360°)을 24로 나눈 단위입니다. 1h을 도단위로 표시하면 15°가 됩니다. 여기서 태양이 위치하는 날은 지구의 세차운동에 의해 고대에 비해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태양이 어느 별자리에 위치 하는지를 알게 되면 날짜를 대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만 태양이 위치한 별자리를 관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태양빛에 가려 별자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별자리를 이용해 날짜를 알기 위해서는 태양이 있는 별자리보다는 태양 반대편의 별자리를 이용하여 밤에 알아내는 것이 편리합니다.

간간히 자신의 생일별자리를 보기위해 생일에 천문대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생일에는 자신의 생일별자리를 볼 수 없습니다. 생일별자리는 태어난 날 태양이 위치한 별자리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태양과 같이 낮에 떠오르며 밤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생일에는 생일별자리가 아닌 그 반대편에 있는 별자리, 위의 표에서는 적경에 +12h(+180°)를 한 곳의 별자리가 잘 보입니다. 예를 들어 생일별자리가 물고기자리이신 분은 생일에 물고기자리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처녀자리가 잘 보이게 됩니다. 이를 이용하게 되면 밤에 떠오르는 별자리를 이용하여 대략적인 날짜를 알 수가 있습니다.

[물고기자리에 해당하는 4월 5일의 밤하늘, 처녀자리가 남중하고 있음]
[물고기자리에 해당하는 4월 5일의 밤하늘, 처녀자리가 남중하고 있음]

또한, 이를 24절기에 대응시킬 수도 있습니다. 24절기와 황도12궁은 개념적으로 비슷합니다. 별자리를 통해 24절기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24절기와 황도12궁 및 밤에 보이는 별자리입니다.

별자리를 이용하여 날을 아는 것은 예전부터 행해졌습니다. 전에 설명드린 천상열차분야지도에도 각 절기를 나타내는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절기 표시부분, 각 절기마다 해질녘과 새벽에 남중하는 별자리가 표시되어있다. (조선후기 필사본,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78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절기 표시부분, 각 절기마다 해질녘과 새벽에 남중하는 별자리가 표시되어있다. (조선후기 필사본,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78호)]

지금(8월 15일)은 입추(8월 8일)과 처서(8월 23일) 사이입니다. 지금 태양은 게자리에서 사자자리로 이동하고 있으며, 밤에는 염소자리가 남중합니다.

[8월 15일 자정경 밤하늘, 염소자리가 남중하고 있음]
[8월 15일 자정경 밤하늘, 염소자리가 남중하고 있음]
[8월 15일 정오경의 하늘, 태양이 게자리에서 사자자리로 이동하고 있음, 태양을 어둡게 하여 뒤의 별들이 보이게 함]
[8월 15일 정오경의 하늘, 태양이 게자리에서 사자자리로 이동하고 있음, 태양을 어둡게 하여 뒤의 별들이 보이게 함]

서양과 동양은 예로부터 다양한 역법(曆法, 날을 정하는 법, 달력)이 존재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역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천체의 운동을 그 기준으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시간을 알 수 있는 도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당장 주머니속의 휴대폰만 꺼내봐도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시간과 날을 알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은 천문과 지리에 능통하였다고 합니다. 천문을 아는 것은 곧 때를 아는 것입니다. 선조들은 때를 알고 땅의 이치를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 줌 남짓한 땅에 기대어 살고 있는 백성들을 위함이었습니다. 오늘밤 떠오르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속에는 그러한 선조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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