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딩턴의 일식 100주년 특별기획] 블랙홀과 상대성이론

이정애 기자 승인 2019.05.10 10:23 | 최종 수정 2019.06.10 18:51 의견 1

2019년은 국제 천문 연맹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자 유인 탐사선의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이며 에딩턴이 일식 관측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지 100주년이 되니 과히 천문, 우주과학의 해라 불릴만하다.

특히, 이런 기념적인 해에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이하 EHT)’을 이용하여 블랙홀 그림자를 직접 관측하는 쾌거를 이루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재확인하였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참조: ‘처음으로 밝혀진 실제 블랙홀의 모습’ 기사)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을 이용하여 얻은 M87의 첫 번째 블랙홀 사진. (EHT 연구팀 제공)

EHT는 장기선 전파 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이하 VLBI)로서 수백 km 규모에서 지구 크기의 규모까지 떨어져 있는 전파망원경 여러 대를 시각 동기화 과정을 이용하여 동시에 관측하고 다양한 지구 물리 모형을 활용하여 간섭 신호를 찾아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2009년, Doeleman 등은 백서를 통해 EHT 프로젝트가 활동성 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i, 이하 AGN)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이하 SMBH)에 대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 발걸음이 2019년에 이루어진 것이다.

EHT 프로젝트의 주요 과학적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블랙홀의 영상 확보

2)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검증

3) 블랙홀 주변 물질 유입에 대한 이해

4) AGN의 상대론적 제트의 기원과 콜리메이션의 이해

Doeleman 등의 백서가 발간된 지 10년인 올해, EHT 연구팀은 블랙홀의 직접적인 영상을 확보하였고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검증에 성공하였으며 블랙홀 주변 물질 유입에 대한 물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제트의 기원과 콜리메이션을 설명할 발판을 마련하였다.

장기선 전파 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BI)의 개념도. (Sasao Tetsuo 제공)

191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발표된 일반 상대성 이론은 EHT 연구팀이 검증하기 이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되어왔다. 처음으로 관측으로 검증된 역사적인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에딩턴에 의한 관측 결과였다.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관측되는 별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다른 곳에서 관측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는 태양의 중력장이 휘어져 있어서 별빛이 약 1.61(오차범위 0.3각초)각초 휘어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참조:[에딩턴의 일식 100주년 특별기획] 기사).

이후, 1936년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현상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중력에 의해 배경 별이 둥근 고리 모양(아인슈타인 링)으로 보일 수 있음을 계산을 통해 발표하였는데, 실제 관측에 의한 검증은 1979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D.Walsh 등은 이러한 중력 렌즈 현상을 관측으로 확인하였다. 이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은 다시 한번 더 검증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 휘어지면서 발생 될 수 있는 중력파의 검출과 이러한 물리현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것이라 여겨지는 블랙홀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였다.

때마침 2016년 2월 11일,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연구팀은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가장 검출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력파를 두 개의 블랙홀이 쌍을 이루어 공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체로부터 검출하였다.

이후 부진하던 검출이 2019년 4월에 진행된 3차 관측에서 5건의 중력파 후보 신호가 검출되면서 활발해졌다(참조: “‘안잡히던’ 중력파 3차 관측서 한 달 사이 5건 포착” 기사) 과히 2019년을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더불어 이러한 축제의 장에 EHT 연구팀이 축포를 쏘아 올렸다.

1919년 11월 22일자 런던 뉴스에 실린 기사. (런던 뉴스 제공)
LIGO 연구팀이 검출한 중력파 결과 (Caltech/MIT/LIGO 제공)

많은 연구자들은 블랙홀의 휘어진 중력장으로 빠져드는 광자의 경로가 휘어지면서 검게 보이는 블랙홀 중심부 주변으로 고리를 형성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이러한 실루엣을 ‘블랙홀의 그림자(Black hole shadow)’라고 부르며 EHT 연구팀이 2019년에 검출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다. ‘털 없음 정리(No-hair theorem)’의 가정에 따르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과 전자기장에 대한 아인슈타인-맥스웰 방정식의 해는 질량, 전하량, 각운동량으로만 정의되기 때문에 블랙홀 주변에 형성되는 광자 고리의 크기와 모양은 대부분 블랙홀 질량에 달려있고 회전(spin)은 상대적으로 낮게 기여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자 고리의 모양은 시선 방향에서의 블랙홀 회전축의 모든 기울기와 회전 값에서 원형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그림 1의 EHT 결과에서 이러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이 검증된 것이다. 회전을 나타내는 a*=0이고 블랙홀 질량 M, 거리 D에 대한 광자 고리의 각반경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출처: EHT 연구팀의 2019년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에 발표한 논문V.의 식(1)).

계산된 광자 고리의 각크기는 약 20μas 정도로 위 식에서 가정한 블랙홀 모형으로부터 예측한 각크기와 유사했다. 참고로 광자 고리의 밝기가 비대칭하게 보이는 이유는 ‘도플러 분사출(Doppler beaming) 효과’ 때문으로 블랙홀 회전과 관련한다.

도플러 분사출 효과는 주로 활동성 은하핵 상대론적 제트의 분출 방향이 시선 방향을 향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M87의 초거대블랙홀에서는 GRMHD(General Relativistic MagnetoHydroDynamic) 모형과 비교했을 때 블랙홀의 깔대기 벽(Funnel wall)에서 발생하는 복사에 의한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M87 블랙홀의 상대론적 제트와 시선 방향 사이의 기울기가 17°라는 결과(참조: Walker 등이 천체물리학 저널에 2018년에 발표한 논문)를 적용한 모형과 잘 일치한다.

EHT의 관측 결과에서 고리의 비대칭성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도. 파란색 리본 화살표는 블랙홀 주변 강착 물질의 회전 방향이고 검정색 리본 화살표는 강착 원반의 회전 방향. a*는 회전을 나타내는 값이고 i는 기울기를 나타냄. ‘approching jet’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대론적 제트. (출처: EHT 연구팀의 2019년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에 발표한 논문V. 그림 5)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처음으로 검증한지 100년이 되는 2019년을 기념하는 축하의 장을 EHT 연구팀의 관측 결과가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우리에게 늘 미지의 영역이었던 블랙홀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함으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을 또한번 증명하였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예, 블랙홀과 제트의 관계, 광자 고리에 나타나는 복사의 기원 등)이 많지만 EHT 연구팀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이정애 UST 천문학 박사

- 전파천문학, 비지빌리티 위상보정용 캘리브레이터 확보연구

- Universe Awareness 한국지부 코디네이터

- 현 에스엘랩 부설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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