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주를 보다. -4-

가두연 기자 승인 2018.03.30 12:49 | 최종 수정 2019.04.30 11:04 의견 0

우리의 우주에게도 탄생의 시절이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언제쯤일까?

대폭발이론(빅뱅이론)이 맞다고 한다면 우주에도 탄생의 순간은 존재할 것이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계산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관측을 통해서 밝혀내고 그것이 특별한 상수에 의해서 결정되어진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를 “허블상수(Hubble constant)”라 하는데, 우주가 팽창하는 상수인 허블상수를 역으로 계산하면 우주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10여년 전까지 우주의 나이는 약 150억년이라 계산되었고, 그 전에는 약 100~200억년이라고 생각되었다.(오차가 100억년이 나는 학문은 천문학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는 정교한 관측을 통해서 정확한 허블상수를 알 수 있었고, 비교적 정확한 우주의 나이를 계산해내었는데,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년이다.

하지만 관측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1900년대 초중반에는 이러한 우주의 나이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허블이 계산해낸 우주의 나이가 20억년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인 120억년은 물론, 태양의 나이 50억년,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나이인 45억년보다도 훨씬 적은 숫자였다. 우주의 나이보다 지구의 나이가 더 많은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상우주론을 주장한 학자들이 그 빈 틈을 파고들었다. 대표적인 물리학자가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이다. 그는 “우주는 정상(항상 일정한 상태)이고 시작도 끝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지만 그 사이 빈공간에서 새로운 은하들이 만들어져 우주는 항상 같은 밀도와 모양을 유지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프레드 호일(1915~2001)
정상우주론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정상우주론의 모식도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새로운 은하가 만들어져 밀도가 일정하다.

대폭발우주론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프레드 호일의 이론은 천문학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만약 우주의 시작이 있다면 현재 우주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 초기우주는 정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초기조건”이라 하는데, 궁수가 활을 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궁수는 멀리 있는 과녁을 맞추기 위해 활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만약 몇밀리미터라도 어긋나게되면 과녁쪽에서는 상당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즉 우주의 초기조건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현재의 우주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우주 공간의 평편도(공간의 휘어짐 정도)에서도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critical density)와 비교하여 1보다 작을 조건(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보다 작음), 1보다 클 조건(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보다 큼), 1이 될 조건(우주의 밀도가 임계밀도와 일치함) 세가지가 있다. 1보다 작을 경우 우주는 오목한 공간(말안장형)이 되고, 1보다 클 경우는 볼록한 공간(구형), 1일 경우 평탄한 공간이 된다. 사실 1보다 작거나 클 경우보다 1일 경우는 확률적으로 나타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현재 우주는 거의 1에 가깝다.(현재 우주는 지극히 평탄하다.) 이러한 평탄한 우주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조건, 즉 초기의 우주는 1.00000000000000이어야 한다. 즉 100조분의 1까지 정말하게 조율되어야 지금의 평탄한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주의 구조 모식도
3차원공간을 2차원으로 축소하였다. 우리가 알기로 현재 우주는 지극히 평탄하다.

이는 초월자의 존재나 우리가 모르는 힘의 개입을 생각할 여지가 있는데, 천문학자나 물리학자는 이러한 특별한 힘의 개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우주는 탄생도 끝도 없다는 호일의 정상우주론은 큰 호응을 받게 된다. 우주의 탄생과 끝이 없다면 우주의 그런 특별한 초기조건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호일의 정상우주론도 허점은 있다. 바로 어떠한 원인으로 은하사이의 빈공간에서 새로운 은하가 탄생하는지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에너지는 새로 만들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보존법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상우주론은 대폭발우주론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폭발우주론의 이름인 “빅뱅(BigBang)”을 프레드 호일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호일은 1949년 BBC방송의 토론에서 대폭발우주론을 지지하던 상대 과학자에게 “그럼 우주는 빅뱅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군요.”라며 비아냥거렸는데, 그때 쓰인 빅뱅이라는 용어가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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