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칠월칠석

가두연 기자 승인 2019.08.08 14:14 | 최종 수정 2019.10.24 16:17 의견 0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자문(千字文)의 첫 구절입니다. 흔히 천자문을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책으로만 알고 계신분들이 많은데, 천자문은 4글자씩 하나의 시가 되는 사언고시의 구조로 적혀 있습니다. 위에 적힌 첫 구절 天地玄黃(천지현황)”을 해석하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가 됩니다. 다음 구절이 재미있는데 宇宙洪荒(우주홍황)”으로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가 됩니다.

[보물 제1659호 천자문]
[보물 제1659호 천자문]

지금 천문학의 발달과정은 서양을 중심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 우리의 선조들 역시 “하늘과 땅(天地)”과 별개로 거칠고도 넓은 “우주(宇宙)”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주”의 어원은 중국 전한시대의 철학서 “회남자(淮南子)”에 기록된 “往古來今謂之宙, 天地四方上下謂之宇(왕고래금위지주, 천지사방상하위지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석한다면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라 하고, 천지사방과 위아래를 우()라 한다.”는 뜻입니다.
    
상당히 철학적인 개념으로 보이지만, 쉽게 풀이하면 ()”공간을, ()”시간을 의미합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시공간이라는 말로 표현될 것입니다. 이천여년전 동양에서 이미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우주 개념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 시공간”과 “宇宙의 시공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현대의 시공간은 시간이 방향성을 제외하고는 공간과 같은 하나의 차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지만, 宇宙의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개념으로 본 것입니다. 뉴턴 물리학의 “Universe” 개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들은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서 지정한 88개의 별자리입니다. 당연하게도 이 별자리들은 모두 서양의 관점에서 작성된 별자리들입니다.
그렇다면 동양에는 별자리가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동양에서도 아름다운 신화를 간직한 별자리들이 존재합니다. 여름 하늘에 서로 마주보고 바둑을 두며 사람들의 생사(生死)를 관장하는 두 신선인 북두칠성(北斗七星)과 남두육성(南斗六星)의 이야기,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품고있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이야기, 서로의 영토를 호시탐탐노리는 하늘의 두 왕, 대각성(大角星)과 심대성(心大星)의 이야기 등 많은 신화들이 밤하늘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동양의 별자리라고 하면 “중국의 별자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물론 동북아권의 국가들은 매우 비슷한 별자리들을 공유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중국의 별자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 기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인돌이나 고분 등에 별자리 그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동양의 별자리에서 주가 되는 것은 중앙의 북극성(北極星)과 북두칠성, 그리고 사방의 28수(28개의 사방을 나타내는 별자리)로 나타나는데, 최초의 28수 별자리는 5세기 고구려의 덕화리 2호분에서 나타나고, 최초의 전천(全天, 4계절 모든 하늘) 천문도는 서기 500전후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측되는 고구려 진파리 4호분 금박천문도에서 나타납니다. 이는 동양의 별자리의 기원이 우리나라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양의 별자리는 어느 특정국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 당시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공유되던 별자리라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함안 군북지석묘군(경상남도 기념물 제183호) 26호 고인돌에서 발견된 별자리(image credit 국가문화유산포털)]
[함안 군북지석묘군(경상남도 기념물 제183호) 26호 고인돌에서 발견된 별자리(image credit 국가문화유산포털)]

동양 별자리를 서양별자리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의 별자리가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동물이나 영웅들을 하늘의 별들로 그림을 그린 것이라면, 동양의 별자리는 밤하늘 속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였습니다.
    
모양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별이 하나의 대상을 나타내는가 하면(예 : 천랑성, 노인성 등),
정부청사나 시장, 옥황상제가 사는 황궁의 별자리도 존재하고,
심지어 동물원, 식물원, 무덤자리 등이 있습니다.
즉 서양의 별자리가 별들의 모양으로 하늘을 구역화하였다면, 동양의 별자리는 지상의 세상을 하늘의 세상에도 그대로 구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별자리의 차이는 점성술의 유무(有無)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에서는 대체로 집시들을 제외하고는 별자리를 대상으로 한 점성술이 발달하지 못한 반면, 동양에서는 별자리를 이용한 점성술이 수천년전부터 근대까지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하늘나라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영향이 지상세계에도 미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어떠한 별자리에 객성(客星, 손님별, 신성이나 초신성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이나 행성, 혜성 등이 침범할 때 역관(曆官)이 그 현상을 기록하고, 이를 해석하여 황제에게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별자리 석각본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 제 228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입니다.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image credit 국가문화유산포털)]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image credit 국가문화유산포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해석하면
天象: 하늘의 상을, 列次: ()에 따라 나열하고, 分野: 지역()에 따라 구분하여 그린 그림
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차(次)는 하늘의 북극에서 세로로 열두 구역으로 나눈 단위입니다.
분야(分野)는 점성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늘의 별자리를 지상의 지역과 연관시켜 점성술의 한 일환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신화 이야기도 해보려 합니다.
    
오는 87일은 음력으로 77, 즉 칠석이 됩니다. 칠석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신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은하수 관련 신화인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이야기입니다. 견우와 직녀를 해석하면, 견우는 소를 모는 목동이 되고, 직녀는 베를 짜는 여자가 됩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견우별과 직녀별을 찾는 것은 쉽습니다. 전에 은하수 관측 특집에 알려드린 여름철 대삼각형의 두 별인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rtair)가 직녀와 견우별입니다.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직녀별)은 여름철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로 서울 도심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rtair,견우별) 역시도 1등성의 밝은 별로 도심에서 보입니다.
현재 (2019년 7월 31일 기준) 직녀별(Vega)는 22시경 머리 꼭대기에 위치합니다. 고개만 위로 올리면 백색으로 밝게 빛나는 직녀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견우별(Artair)는 직녀별의 동남쪽 하늘에 떠 있습니다. (남쪽방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 아래편) 오늘밤에도 날씨만 맑다면 서울 도심에서도 직녀와 견우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직녀별의 북동쪽(남쪽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 윗편)에 있는 또 하나의 밝은 별은 데네브(Deneb)라 불리는 백조자리의 1등성입니다.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깜깜한 하늘을 보신다면 직녀별과 견우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 모습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은하수는 22시경 남쪽하늘부터 천정(머리 윗부분)을 지나 북동쪽 하늘로 이어집니다.
견우별과 직녀별은 사실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직녀별은 이 논란에서 제외됩니다. 그 누구에게나 직녀별을 물어본다면 거문고자리의 1등성 베가(Vega)를 가리킬 것입니다. 문제는 견우별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천문대에서는 독수리자리의 1등성인 알타이르(Artair)를 견우별로 알려줍니다. 하지만 위에 소개한 고천문도(古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는 조금 다르게 나와 있습니다. 아래 천문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천문도는 선조4년(1571년)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인쇄본에서 견우별과 직녀별의 부분을 확대한 것입니다. 중앙 윗편에 직녀(織女)라고 적혀있는 별 3개로 이루어진 별자리와 오른쪽 아래편에 견우(牽牛)라고 적혀있는 별 6개로 이루어진 별자리가 보이실 겁니다. 그 사이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고천문을 연구하는 학자분들은 이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들과 실제 별들을 맞추어보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이를 통해 알아낸 내용은 직녀별은 베가(Vega)가 맞지만, 견우별은 알타이르(Artair)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래 실제 밤하늘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베가는 직녀별이고 백조자리의 데네브는 천진(天津, 나루터) 별자리에 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타이르는 하고(河鼓)라는 다른 별자리 이름입니다. 하고별자리는 은하수가 넘칠 때 북을 울려 위험을 알리는 관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견우는 독수리자리보다 남쪽, 염소자리에 속합니다. 어느 순간 견우별이 염소자리에서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로 바뀐 것입니다.

[덕흥리 벽화의 견우와 직녀 (image credit : 국립민속박물관)]
[덕흥리 벽화의 견우와 직녀 (image credit : 국립민속박물관)]

아마도 민간에서 정식 천문도와 달리 직녀별에 비해 희미한 견우별(염소자리의 베타별인 다비흐(Dabih)) 대신 직녀별 버금가는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를 견우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의 소주천문도(蘇州天文圖, 1247년,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라고도 합니다.)나 일본의 천문분야지도(天文分野之圖, 1677년)를 살펴보면 염소자리 베타별은 우수(牛宿)라 해서 중요한 28개의 별자리인 28수 중 하나로 나오고,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는 하고(河鼓)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지금 중국과 일본도 하고와 견우를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는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를 견우별로 보아도 무관합니다. 당연하게도 염소자리 다비흐를 견우별로 보셔도 됩니다. 두 별을 찾아보시고 두 별을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실 겁니다.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베를 짜던 옥황상제의 딸 직녀와 하늘에서 소를 몰던 목동 견우의 사랑이야기입니다. 견우와 직녀는 일을 소홀히 한 벌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내는 벌을 받게 되고, 1년에 딱 한번, 음력 7월 7일, 칠석에 만날 수 있습니다.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烏鵲橋)를 만들어 둘이 만나게 도와준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그럼 정말로 음력 77일 견우별과 직녀별이 만날까요?
아쉽게도 실제 두별이 움직여 만나진 않습니다.....ㅠ.ㅠ
신화 속에서는 이 현상을 재미있게 나타내었습니다. 칠석에 만난 견우와 직녀는 그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지상에는 꽃비가 내립니다.(오작교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슬픔에 눈물흘려 홍수가 나기도 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하늘에 구름이 끼고 당연히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구름 뒤에서 이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 않았을까요?
    
오는 수요일 (87)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입니다. 칠석날 비가 온다면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축하해주세요. 만약 칠석에 비가 오지 않고 별들이 잘 보인다면 아마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만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혼자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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