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밤하늘을 새기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하늘의 별을 땅에 새기다."

스페이스타임즈 승인 2018.01.25 16:38 | 최종 수정 2018.05.30 13:45 의견 0

서양별자리와 동양의 별자리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서양의 별자리가 대부분이 그리스,로마신화를 바탕으로 신화 속 동물이나 영웅들을 하늘의 별들로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면, 동양의 별자리는 밤하늘 속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였다.

모양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별이 하나의 대상을 나타내는가 하면(예: 직녀성, 견우성 등), 정부청사나 시장, 옥황상제가 사는 황궁의 별자리도 존재하고, 심지어 동물원, 식물원, 화장실, 무덤자리까지 있다.

즉 서양의 별자리가 별들의 모양으로 하늘을 구역화했다면, 동양의 별자리는 지상의 세상을 하늘의 세상에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별자리의 차이는 점성술의 유무(有無)에 있다. 서양에서는 집시들을 제외하고는 별자리를 대상으로 한 점성술이 발달하지 못한 반면, 동양에서는 별자리를 이용한 점성술이 수천년전부터 근대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

하늘나라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을 한다면 그 영향이 지상세상에까지 미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떠한 별자리에 객성(客星:손님별, 신성이나 초신성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이나 행성, 혜성(彗星:꼬리별) 등이 침범할 때 역관(曆官)이 그 현상을 기록하고, 이를 해석해서 황제에게 보고하고 정책에까지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별자리 석각본(石刻本)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 바로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 제 228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태조본
천상열차분야지도 태조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해석하면, “天象: 하늘의 상을, 列次: 차(次)에 따라 나열하고, 分野: 지역(野)에 따라 구분하여 그린 그림” 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차(次)는 하늘의 적도 부근을 세로로 열두 구역으로 나눈 단위이다. 이에 기준에 되는 것이 목성(木星)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목성의 위치는 매년마다 바뀌어 12년쯤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이 목성을 이용하여 하늘을 12차로 나눈 것이다.

분야(分野)는 점성술과 관련있다. 고대 동양에서는 봉건제도(封建制度)를 시행했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하늘의 별자리를 지상의 지역과 연관시켜 점성술의 한 일환으로 사용하였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필사본 조선의 사대부들은 하늘을 살펴 땅의 일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필사본
조선의 사대부들은 하늘을 살펴 땅의 일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양에서 천체관측은 천제(天帝)의 아들이었던 황제(皇帝)만이 가능한 활동이었음을 볼 때, 조선 역시 명분상으로는 황제국에서 왕국으로 격하되었지만,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세력이었음을 나타낸다.

특히나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져있는 별자리들은 중국의 별자리와는 다른, 고구려의 석각천문도를 따랐음을 천문도 내력에 소개하고 있다.

 

고구려 장천1호 고분 고구려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고구려 장천1호 고분
고구려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현재 천상열차분야지도는 2개본이 존재한다. 하나는 태조본으로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 소실되었다가 영조 때 발견되어 보관되었고, 또 하나는 태조본이 소실되어있던 숙종 13년인 1687년 복사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숙종본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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